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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도 피고 억새도 하얗다.
미세먼지 탓인지 바람이 덜 찼다.
이제는 물틴트만 바르면 입이 팍삭 건조해져서 각질 대잔치가 열리고 무심코 뜯다가 피본다.
지지난주에는 봄인줄 알고 핀 철쭉꽃을 봤는데 오늘은 마지막 힘을 다해 피워낸 수국꽃을 봤다.
나름 생생하고 또렷하면서도 조금씩 찬바람에 말라붙어가니까 가을 수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에 살던 곳 앞에는 큰 자목련나무가 있었는데 늘 봄에 다른 목련나무가 꽃 다 피울 때 혼자 빈 가지로 잎부터 피우다가 가을이 되면 그제서야 진한 자줏빛 꽃송이를 푸른 이파리 돋은 가지에 피워냈다.
그 가을 목련을 떠올릴 때마다 묘하게 허탈하기도 하고 힘이 나기도 하고.
생각보다 그 때 그 시절에서 행복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깨닫다가, 그때에 비해 지금 내가 성장하고 깊어졌는지 견주면 아주 조금은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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