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화 남태령을 보고 왔다. 대체공휴일치고는 차가 아주 많이 막히지 않고 사람도 적은 편이라서 운전 미숙 상태로 초행길 잘 다녀왔다. 버스 같은 걸 타고는 다녀본 적 있던 길이니까.
시작부터 조금씩 울기 시작했는데 창피하게 또 멈추지 못해서 휴지를 꼭 쥐고 눈물 흡수하면서 마지막까지 봤다.
빛의 혁명 영화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기분 좋게 오랜만에 일상 메이크업이 아니라 글리터, 쉬머, 하이라이터 팍팍 쓰면서 밑색은 없지만 다채로운 색으로 펄 파티를 해 놓고 매우 만족스럽게 나갔는데. 영화 내내 애쓰면서 우느라 영화관 나와서 화장실 거울 보면 눈에 발라둔 펄은 다 없어졌다.
기운 쭉 빠지고 눈 퉁퉁 붓고 졸려서 돌아오는 길에 조금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안전운전하면서 무사히 다녀왔다.
남태령을 유토피아로 기억하시기도 하는구나. 남태령을 이긴 것으로 기억할 수도 있구나. 나가지 못해 죄스러운 마음이 있어서 12.3, 남태령, 키세스는 모두 죄스럽고 감사하고 부채감으로 남았다. 느슨한 연대보다 더 연약하게 먼발치에서 지켜만 봤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고 그들에게도 감사하지만 죄스러움으로 남을 거다. 우리 차례가 왔을 때, 나서야 하는 이유로 남을 거다. 그 때 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 때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집회에서 남태령 깃발을 실제로 봤을 때 얼마나 죄송하고 얼마나 힘이 나던지.
내 나이가 몇이 되든 2024년, 2025년에 수도권 그 자리에 가지 못한 것은, 가지 않은 것은 내내 남을 거다. 나도 기회가, 차례가 닥쳤을 때 나설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너무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영화 남태령이 딱히 귀엽다거나 밝다거나 아기자기하진 않았다. 아마 김장하 선생님을 포함한 윗 세대 분들은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셨기에 지금 2024년, 2025년의 집회를 담은 이 영화가 밝다고 느끼실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아주 무거웠다. 아무도 죽거나 고문당하지 않아도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끝없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이 세월이 지나고 후세대 미성년 분들께 보여주기에는 비교적 피비린내 없고 밝아보일 수는 있을 거다.
좋은 영화에 감사드릴 뿐이다. 일방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느꼈던 분들이 많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오늘 이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 아주 예쁜 영화 리플릿? 작은 포스터? 가 비치되어 있어서 2부 가져왔다. 하나는 집회 손팻말 보관해둔 곳에 같이 넣어두고 하나는 방에 붙여놔야지.
좌하단에 우리 종교가 있어서 새삼 눈물 줄줄이었다. 예수님이라면 당시 키세스 분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밤을 새셨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