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개한테 암막양산 씌워주면서 산책하긴 처음인데 개가 좋아한다. 한 손엔 개 목줄, 반대쪽 손엔 양산. 단점은 한낮이라 온 사방이 지옥처럼 타오르는데도 양산 그늘 속에 머리가 있으니까 얼마나 햇볕 강한지 잘 못 느끼고 열심히 산책하려고 하는 것. 쉬만 시켜주고 얼른 한 바퀴 빙글 돌아서 집으로 유인했다. 집 앞 그늘에서 쉬는 게 최고지. 아침에 좀 일찍 산책 부지런히 실컷 하고 몸 닦고 빗고 통통 마사지빗으로 안마도 했다. 해가 5시 반에 뜨고 이제 7시 반쯤 지니까 산책 시간이 인간에게 가혹하다.
아침인데 더워. 좀 뛰고 빨리 걸었더니 역시 땀 인간인 나는 땀 콸콸 터져서 얼굴을 팔로 문질렀다가 무기자차 선크림조차 다 녹아나는 걸 봤다. 이러니 여름 외출할 땐 양산, 손수건 필수지. 요즘 성당에선 CPBS 영상을 미사 후반에 틀어주는구나. 뭔가 가장 아날로그적 공간에 드디어 미디어가 침투한 것 같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다들 경중 차이만 있을 뿐 죄인인 신도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독서 읽고 성가 부르는 건 그렇게까지 이상하지 않았는데. 영상에서조차 생각해보니 교황 행차에서 열광하는 좌우 군중들도 다 신도들일 텐데 다들 묵주가 아니고 스마트폰 높게 치켜드는 게 새삼 새로웠다.
비 좀 그치니까 대기가 맑아서 그런지 여름이라 그런지 하늘이 장난아니다. 뽀송! 하고 하얗고 또 쨍하게 고채도 파란 하늘. 주위에 건물 적은 큰 사거리 같은 곳 건너다 보면 온 사방 하늘이 너무 예뻐서 기분 좋아진다. 물론 양산은 필수. 세상에 정수리에 햇볕받으면 탈모가 온다니. 남녀노소 필수지. 누구나 탈모는 괴롭고 싫으니까. 정수리 가리는 건 모자도 괜찮지만 모자는 통풍이 안 돼서 탈모에 더 안 좋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쓰면 머리 다 눌리고. 나 머리가 엄청 큰 사람인데 모자 쓰면 머리에 두통오고 어지럽고 울렁여서 모자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양산 쓰세요 양산 좋아요. 양산 좀 그러면 검은 우산으로 시작해보세요.
더울 때 매트한 섀도우 아예 빼고 그냥 눈 위에 바탕색 없는 펄 섀도우 하나만 올리니까 세상 시원해보이네? 얇은 속쌍이라 쌍꺼풀까지 눈두덩이가 환하게 보여야 눈 세로로 트여보이는데 이 펄 섀도우 좋다. 어제 하루 종일 올리고 돌아다녔는데 땀도 기름도 흘렸는데 저 팔레트의 우측 하단 파란 펄 흩날리지 않았다. 맨 피부 위에선 약간 푸르스름한 보랏빛 난다. 내일은 하얀 펄만 단독으로 써봐야지. 펄 섀도우+아이라인 꼬리만+쌍꺼풀라인 꼬리만 그리니까 립을 칠할 기운이 남네. 립도 채도 싹 빠진 픽싱틴트 멜란지로즈 얇게 펴서 써주니까 전체적으로 진짜 시원해보인다. 물론 입큰 팩트+페리페라 블러셔 가루로 무기자차 위를 잘 두드려 놓은 덕도 있다. 이제 이 조합이 너무 좋다. 파우더 팩트 때문에 모공 강조되어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