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있던 연꽃은 늘 빳빳하고 화려하고 탐스럽게 장미처럼 꽃잎들이 만개해있는 이미지. 실제 연꽃은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다. 대부분 만개하기 시작한 애들은 증기에 데친 것처럼 꽃잎이 이지러지거나 꽃대가 휘청이고 있다. 마치 목련이 봉오리일 땐 소담하고 우아하다가 피기 시작하면 흉하게 벌어지는 것처럼. 그래도 목련은 누런 갈색으로 변색하는데 연꽃은 흰색에 가까운 페일 연보라색으로 약간 마르다가 꽃잎이 떨어져서 훨씬 예쁘다. 조금 피면 바람에 훌렁훌렁 다 떨어지고 사람들이 가지를 흔들고 괴롭혀서 훌러렁 떨어지는 벚꽃과도 다르다. 그래도 빳빳하고 화사하게 꼿꼿하게 만개한 연꽃 보고 싶은데.. 원래 꽃이 크고 무거워서 그런가? 이곳 연못 수심이 얕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보러 갔을 때마다 햇볕 맥시..
여름엔 연꽃이 피는구나. 천주교에선 꽃을 다양하게 쓰지만 연꽃은 안 쓴다. 연꽃은 그냥 부처님 오신 날 맞이해서 절 근처에 종이꽃? 으로 만들어서 달아두는 인위적인 꽃장식만 떠오르는데. 실제로 쫙 깔린 거 보니까 너무너무 예쁘다. 비현실적이다. 폭염 속에 두껍고 커다란 연잎들이 일제히 더 밝은 연둣빛으로 햇볕받은 모습도 벅차고. 산책로 길 인근까지 핀 연꽃 꽃송이 살짝 찔러봤는데 예상보다 아주 두껍고 질기고 튼튼하다. 벚꽃같은 연약한 느낌과 완전 극과 극. 장미나 또 제법 질기게 피는 백합보다도 훨씬 달라서 마치 자연물보다는 사람이 뭔가를 짜서 만든 섬유 조직같다. 활짝 핀 꽃은 허물어지듯 꽃잎이 하나씩 열려있어서 더 연약해보였는데, 이 정도 강해야 한 종교를 상징하는 꽃이 되고 무더위를 이기나보다. 연..
입추가 지나서 이제 밤 기온이 시원하다. 낮에도 바람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시원하다. 단 햇볕이 여전히 세서 아침에도 눈부시다. 그 햇볕이 오후 내내 집으로 들어와서 실내가 바깥보다 오히려 더 덥다. 6시 넘으니 어김없이 맑은 하늘에 투둑투둑 좀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가 말끔히 갠다. 오늘은 저녁 노을이 구름에 온통 가려서 안보였다. 뜬금없이 개가 보고 싶다. 개가 있는 곳은 저녁 소낙비가 안 온다고 한다. 비를 싫어하고 물줄기 무서워하는 커피 녀석한텐 좋은 일일까. 단모종이지만 근육찌고 털찐 아이라 여름을 견디는 게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