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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연꽃이 피는구나.
천주교에선 꽃을 다양하게 쓰지만 연꽃은 안 쓴다.
연꽃은 그냥 부처님 오신 날 맞이해서 절 근처에 종이꽃? 으로 만들어서 달아두는 인위적인 꽃장식만 떠오르는데.
실제로 쫙 깔린 거 보니까 너무너무 예쁘다.
비현실적이다.
폭염 속에 두껍고 커다란 연잎들이 일제히 더 밝은 연둣빛으로 햇볕받은 모습도 벅차고.
산책로 길 인근까지 핀 연꽃 꽃송이 살짝 찔러봤는데 예상보다 아주 두껍고 질기고 튼튼하다.
벚꽃같은 연약한 느낌과 완전 극과 극.
장미나 또 제법 질기게 피는 백합보다도 훨씬 달라서 마치 자연물보다는 사람이 뭔가를 짜서 만든 섬유 조직같다.
활짝 핀 꽃은 허물어지듯 꽃잎이 하나씩 열려있어서 더 연약해보였는데, 이 정도 강해야 한 종교를 상징하는 꽃이 되고 무더위를 이기나보다.
연꽃이 핀 못 물은 아주 무섭고 더러워보인다.
그런데 연잎이 넓게 퍼지고 군데군데 분홍 꽃송이가 올라오고 연밥줄기가 생겨서 물 표면을 다 가리니까 완전 달라보인다.
그냥 땅 위에 피어있는 연꽃 꽃밭같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도 그 아래가 안 보이도록 가득 메운 모습에 구름이나 허공을 가리고 피어난 것 같기도 하다.
연꽃은 더러운 물 속에서도 피어나서 뭔가 종교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한 송이가 아니고 호수 전체를 메워서 두텁게 가린 모습은 묘하다.
시궁창같은 현실을 잊으려고 도피한 나약한 인간상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훌쩍 뛰어들어도 될 것 같지만 그 아래 더러운 고인 물이 가득하니까 인간을 홀리는 함정같기도 하고.
어찌 됐든 예쁘다.
핑크는 식상해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꽃밭 호수를 보고 나니 최고다.
여름은 역시 무성하고 질긴 녹색에 눈이 멀 것 같은 폭염 햇볕이 내리쬐어서 밝아진 연두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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