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 애타게 소리내서 커피를 부르짖은 건 개 이름이 커피라 개를 부를 때다.캐나다계 한국견이지만 영어라곤 House만 알아들어서 이름도 Coffee라고 부르면 못 알아듣고 정직한 한국 외래어 표기 그대로 커피라고 불러야 알아듣는다. 가끔은 꼬삐라고 불러도 알아듣는다.집에 쏙 들어가서 기다리는 거 가르치느라 온 집안 가족들이 house는 영어 발음 모두 잘하게 됐다. 이건 하우스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점점 캐러멜 탄 색으로 변해오고 지금은 슈가파우더 뿌린 색도 보이지만 한땐 진짜 에스프레소 샷 색에 가까웠다.그 때보다 지금 더, 내일은 더 더 사랑한다. 아무래도 알고 지내는 경험과 시간이 쌓이니까.

살다살다 개한테 암막양산 씌워주면서 산책하긴 처음인데 개가 좋아한다. 한 손엔 개 목줄, 반대쪽 손엔 양산. 단점은 한낮이라 온 사방이 지옥처럼 타오르는데도 양산 그늘 속에 머리가 있으니까 얼마나 햇볕 강한지 잘 못 느끼고 열심히 산책하려고 하는 것. 쉬만 시켜주고 얼른 한 바퀴 빙글 돌아서 집으로 유인했다. 집 앞 그늘에서 쉬는 게 최고지. 아침에 좀 일찍 산책 부지런히 실컷 하고 몸 닦고 빗고 통통 마사지빗으로 안마도 했다. 해가 5시 반에 뜨고 이제 7시 반쯤 지니까 산책 시간이 인간에게 가혹하다.

귀여움덩어리. 더위에 걱정했는데 제법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이리저리 다닌 뒤 뽀득하게 닦고 빗어 놓으니 아주 정수리 털 보들거리고 더 깨끗하고 귀여워졌다. 약해져서 자주 지쳐하는 건 슬펐지만 여전히 앞팔뚝 길이만 한 강아지였을 때처럼 내 신발 위에 뺨부터 몸을 문지르면서 눕는 건 똑같다. 다만 몸 길이가 거의 2배보다 더 길어져서 몸 전체를 눕힐 순 없지.. 닭가슴살 삶아서 조금씩 섞어줬다. 두부도 데치고 식혀서 주려고 했는데 인간들 밥으로 먹고 말았다... 이제 딱딱한 일반 개 간식은 주면 안 될 것 같다. 간 하나도 안 되어 있는 닭고기를 너무너무 좋아해줘서 다행이긴 하다.

기염동이 녀석. 이 때는 아직 봄이라 서늘할 시기.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 쬐면 따뜻할 때인데 식사+산책+목욕 후 털 말리면서 햇볕 속에서 누워서 자울자울 잘 듯 말 듯 하는 모습이다. 외향형이고 서열막내언니조아 개둥이라서 이렇게 졸려도 내가 앞에 있으면 몸은 안 움직여도 눈은 뜨고 있으려고 ㅠ 가끔은 개가 아니고 내가 재롱부리고 주접을 떨면 개가 확 달려들어서 뚜까뚜까 체중으로 패고 앞발로 긁으면서 리액션을 해주는 느낌 든다. 피도 나고 멍든다. 난 몸에 털이 없어서 완충 작용이 너만큼은 안 돼... 입질도 나한테는 꽤 오래 했는데 막 입는 편한 옷 소매에 구멍 나 있는 거 보면 다 이 녀석 짓이다. 대다수는 산책+식사에 만족한 개가 내 발 사이에 드러누워서 장난감을 씹으며 아양 부리지만. 너-무 귀 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