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수염 공주 수염이 아주 잘 나온 사진. 콧구멍 코가 초코칩 쿠키에 박힌 초코 청크같다. 어릴 땐 코가 더 촉촉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흰수염 귀엽다구. 이 녀석 내 발은 왜 밟는 거야. 내가 자기 꺼라는 뜻인가. 선전포고? 이 인간은 내 몸종이오? 이갈이 할 때는 내 운동화 끈을 집요하게 노려서 잘근잘근 씹더니만. 발이 포동하고 발바닥 육구가 푹신 탱탱한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도 있다. 이러면서 고인 물은 덜 무서워하는데 호스에서 분사되는 물은 아주아주 무서워한다. 밟히면 묵직하고 기분 좋은데 허벅지 같은 부분을 체중 실어서 밟은 거면 살이 집히면서 아플 때도 있다. 애가 작을 때는 내가 다리 뻗고 앉으면 그 주위를 뱅글뱅글 돌다가 날 향해서 다리 위에 착 엎드리는 거 좋아했는데, 이제는 내 다리보다..
다이소에서 파는 3,000원짜리 빗이다. 긴 빗살, 짧은 빗살이 이중으로 나 있고 플라스틱이라 아주 가볍다. 빗는 면은 은근하게 오목한 곡면이다. 우리 개가 이렇게 빗질을 좋아하다니?! 빗질하자고 빗 들고 오면 어떻게든 뺏으려고 장난치다가, 빗으면서 털갈이털 빼려고 하면 어떻게든 피하고 별로 안 좋아했다. 이 다이소 빗은 사람 빗이라 빗살에 개털이 잘 빠지거나 모아지진 않는데, 이랬던 우리 개가 빗어주니까 엄청 좋아하다가 자리에 엎드려서 앞발에 머리 괴기까지! 심지어 빗으로 가볍게 통통 두드리면서 어깨랑 목 풀어주는 것도 좋아하잖아.. 다른 견주 후기 보니까 끝부분이 동글동글하게 볼이 달린 쿠션 브러쉬를 개가 마사지 받듯 좋아한다고 써주신 분이 있었다. 그 빗은 나무라서 혹시 젖으면 위생상 좋지 않고 혹..
미국에서 포스트크로싱 엽서가 왔다. 우리 개 얘기를 읽고 이 엽서를 골랐다고 한다. 보낸 분은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는데 산책시키는 게 고되다고 하셨다. 골든 리트리버... 털 많이 빠지고 무겁고 선량하고 귀엽겠다. 털종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어두운 털 개커피는 사진 찍으면 눈만 나와서 내가 보는 것보다 덜 예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얀 애들, 노란 애들은 사진이랑 영상에서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은데. 근데 얼굴도 좀 근육 발달하고 무섭게 생긴 건 맞다... ㅠ결국은 얼굴인가! 그치만 너무너무 귀여운 걸.
큰 실수를 했다. 시골이라 다행이고 시골이라 싫다. 개에게 미안하고 개가 원망스럽고.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내 목만 개를 소리쳐 부르다가 붓고 끝나서 다행이다. 인생 처음으로 좀 무서워서 떨리고 과호흡같은 거 왔다. 다음엔 놓치는 거 보면 코트에 뛰어들듯 공 리시브하는 리베로들처럼, 내 몸은 좀 갈려도 줄부터 악착같이 잡아야지. 아니,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래도 내 몸이 좀 갈리고 멍드는 게 차라리 나아. 그리고 애초에 개를 믿지 않을 거다. 역시 동물의 행동 논리는 인간과 달라서 결정적인 순간엔 말이나 연습한 소리로는 절대 말을 듣지도 않고 막을 수도 없다. 나를 믿지도 않을 거고. 나약하고 태만한 나. 결과적으론 내 잘못이고 다시는 이런 실수 반복하지 않게 노력할 거다.
우리 개 생일에 내가 못 가다니 슬펐다. 그래도 괜찮아 만날 때 더 잘해주면 돼. 이제 5살이 된 개! 미역국 처음 사봤는데 애가 엄청 잘 먹었다고 해서 좋았다. 아직 개 이빨이 아주 약해지진 않았는데 다칠까, 꿀떡 삼키고 말까 걱정돼서 간식 사러 가면 딱딱한지 꼭 보고 산다. 한땐 오리 목뼈도 와자작 깨물어 먹던 앤데. 세월이 슬프다. 그래도 이빨로 날 물어뜯는 나쁜 버릇은 고쳐서 다행이다. 이가 약해져서 안 무나 싶기도 했는데 그냥 애가 연두부같이 약한 인간을 봐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뛰어올라서 체중 실어서 앞발로 치는 공격은 아직도 가끔한다! 아프고 멍들어ㅠ 가족 중 나만 당하기 때문에 목줄 잡고 산책 다니다 사람 만나면 목줄 짧게 꽉 잡고 안 놔준다. 개야 뛰려다가 나동그라져도 사람이 우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