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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kakaocdn.net/dn/ptcIB/btrQsFjFqg7/PUJsc6409T6jOwrsfc3P9K/img.jpg)
어제 전시회에서 제일 좋았던 건 오지호 님 작품이었다.
실물로는 훨씬 대비감이 또렷하고 색감이 다양했는데 왼쪽 위 모퉁이에 있는 쨍한 파란 하늘이 이어진 듯 전반적으로 푸르스름한 기운이 돌고, 나무와 바닥에 쌓인 눈 색이 쩡 울리듯이 싸늘하게 차가운 고명도 흰색이었다.
오른쪽 윗 부분 겨울 산 색깔은 쿨브라운! 너무너무 아름답고 절묘한 쿨브라운ㅠㅠㅠㅠㅠ
연한 갈색부터 검은색인 크고 작은 나무, 덤불 위에 흰색 눈이 쌓여서 대비감 주면서 그림자 같은 부분부분에 푸르스름한 쿨 기운 도는 무채색 계열 표현들도 최고였다.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힘있고 대비감 있게 보이고 싸늘하고 또렷해서 매섭게 추운 느낌 들지만 멀어져서 볼수록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는 산길에 눈이 쌓인 채 명암이 표현되어 있고, 전반적으로 유화물감이 어우러지고 한결 다정하고 산뜻해보여서 재밌었다.
비전공 무지렁이도 이쪽저쪽에서 다양하게 보면 볼수록 새롭게 보이는데 너무너무 행복했다.
소재도 다른 작품에 비해 그동안 늘 봐오던 캔버스에 유채인데(무슨 고서적, 족보 등 옛날 책에서 뜯어낸 종이로 따개비처럼 붙인 작품 등에 비하면 아주 평범한 소재다) 마음에 전두엽에 새파랗게 쨍 얼도록 남은 건 이 오지호 작가님의 설경!
크기도 46×54cm 로 비교적 작은 크기였지만 최고였다.
늘 공부하고 구경했던 유화 작품들은 주로 서양화가가 서구 문화권에서 일상적인 풍경들을 소재로 그려서 약간은 외국 여행간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그에 비해 당장 올 겨울 눈 쌓였을 때 투덜거리면서 억지로 끌려간 겨울 등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힘없고 작은 듯 만만하지 않은 우리나라 겨울 산 나무들이 가득해서 훨씬 사실감, 현장감이 들었고 시각예술이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중섭 작품도 박수근 작품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어서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이 전시되어 있으니 신기했다.
김환기 작가님도 대단한 천재였다. 뭔가 26이 들어간 푸른 작품도 우연히 한 번 더 멀리서 봤는데 가까이서 감상할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왜 유명하고 왜 사랑받는지 잘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 같이 관람한 분들 매너가 심상찮았다.
내가 알기로 오래된 그림은 플래시나 조명도 조심해야 하고 셔터음 효과음이 타 관객들 감상 방해할 수 있어서 전시회 볼 때는 사진은 당연히 찍으면 안된다.
관객참여형 예술이라 사진을 찍을 수 있다거나, 사진을 찍는 관객까지가 작가가 의도한 현장 행위예술의 일부라거나 하는 경우 제외하고다.
아무도 없는 듯 텅텅 비고 결과적으로는 뒤죽박죽 이것저것 여러 문화권에서 가져온 뿌리없는 유물 전시회라는 감상 들었던 하와이 미술관에서도(특히 우리나라 조선 후기 물건들 있어서 제국주의적 약탈이 아닌가 조금 의심해서 더 그런 감상이 들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었는데..
아주 입구부터 사진을 찍고ㅠ
김홍도 그림은 전시관 내부 조명도 어둡게 낮춰놨던데 거기에 사진 마구 찍는 사람들 투성이.. 그쯤 되니 안 찍는 내가 이상한 건가 싶고.
도슨트? 자원봉사자 분들? 은 제지 안하셔서 뭐지 싶었는데 사진촬영하지 말아달라고 출입구에 적혀있던 걸.
그리고 왜? 전화가 오면 다들 무음이나 비행기모드가 아니고 진동모드도 아니게 벨이 쩌렁쩌렁 울리게 해두신 거지?
전시관 내부에서(예약한 시간 안에는 자유롭게 입출입 가능한데.. 넓지도 않아서 잠시 나갔다 들어와도 됐고) 호호하하 큰 목소리로 통화 이어감.
관람하면서 소근소근 대화하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왜 여기에 없는 사람에게 큰 목소리로 이 전시회에 대한 자랑과 평가를 전시관 내부에서 하시나요ㅠ 다른 관람객도 많았는데..
아무도 제지 안하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니 아기 데리고 유모차 끌고 오신 분들도 있던데 아기가 울면 이상하진 않지, 다 큰 어른들이 다양한 연령층으로 모두들 일제히 그러니까 이상하지 않은건가..
미술관 데스크에서 미리 예약한 이름 말하고 들어가는 절차 안내라든지 각 전시관 안내 유도 스티커 등 동선 지시도 없었다.
한 무리 사람들이 내 예약 시간에 1층 프론트를 둘러싸고 있는데 뭔가 폰으로 하는 걸 알려드리고 있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 끝나고 제지하거나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고.. 예약한 1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들어갔다.
절차나 관람객 매너는 상당히 아쉬웠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던 전시회였다.
그리고 돌아올 무렵엔 체력 방전된 채로 애매한 지점에서 집까지 더 걷기까지해서 뇌 통제력 버린 채로 어찌어찌 정리하고 씻고 먹고 씻고 왕창 잤다.
다행히 발목 아픈 건 덜 심한데.
좋은 유산소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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