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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on Daily bases

20260405

진종대 2026. 4. 5. 21:21

아무 생각없이 앉았는데 창문 너머로 갓 꽃피는 수수꽃다리가 보이는 자리였다. 엄청난 건 아닌데 아주 기분 좋아지고 감사해졌다.

핑크빛 도는 보랏빛 꽃망울 올라오고 좀 더 밝고 연한 색으로 피어나 있는 꽃도 있고. 향도 아주 좋을 것 같다.

가장 일찍 핀 매화는 비 온 뒤 말끔하게 꽃이 다 졌다. 조금 아쉬웠지만 한편으로 저 매화의 입장에선 홀가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른 꽃보다 일찍 피어서 필요한만큼 꽃가루 옮겨줄 곤충들 다 모을 수 있었고, 물 한 방울 준 적 없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이 가까이 다가와서 예뻐하고 사진찍고 (그러면 안 되지만) 꽃이나 가지를 꺾고 만지고 했을 테니.

잘 치렀다. 그리고 이제 날이 따뜻하고 습해지면서 더 쑥쑥 자라나 잎도 무성해지고 가지도 뿌리도 조금 더 뻗을 수 있을 거다.


식목일인데 멈추지 않는 수목애호가 가족과 함께 하다보니 뭘 심거나 새로 사고 싶단 생각은 없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있던, 아주 큰 떡갈나무에서 가을 이후로 계속 밭에 떨어졌던 도토리들이 이제 썩고 습기 먹어서 싹이 나고 뿌리를 내리는데 그걸 찾으면 다 주워다가 더 깊은 뒷산으로 들어가서 길 양쪽에 골고루 던져주고 있다. 가을에 던졌던 건 아마 산 동물들 식량이 됐을 것 같고, 지금 던지는 건 운 좋으면 떡갈나무가 되겠지.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호접란 상태가 악화되었다. 큰 잎이 꺾이더니 시들어 빠져서 다시 화분받침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겨우내 잘 컸는데. 너무 물을 자주 갈아줬고 통풍시키려고 야외에 놔뒀더니 이런 참사가.

이전에도 화분 받침에서 개구리밥처럼 키웠으니까 다시 잘 자라날 수도 있을 거다. 아니면 불운하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수년 동안 정들었는데 슬플 것 같다. 이 녀석도 어쩌면 홀가분할 수도 있으려나. 병주고 약주면서 감금하던 인간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래도 평소에 늘 물주던 인간이니 용서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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