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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on Daily bases

20220801

진종대 2022. 8. 1. 21:18



8월 첫날이다.

잔뜩 얻어온 늦게 캔 여름 당근을 어젯밤 다 씻고 다듬고 잘 잘라서 무더기로 보관해뒀다가 오늘 아침엔 볶아먹고 저녁밥 만들 때 카레에 넣었다.







카레는 이번이 3번째로 만든다.

예전에 같은 집 살던 친구가 만날 닭다리 카레만 만드는데 하루종일 끓이고 환기도 안 시켜서 지긋지긋 질린 적 있었다.

카레 전문 일식 프렌차이즈 아비꼬 같은 곳에서 카레 먹는 거 좋아하고 호화로운 인도식 카레도 좋아하는데..

남들과 같이 사는 집에서 늘 환기도 안하고 요리해서 남는 카레 냄새와 그 열기, 습기와 함께 하다보니 비위 강한데도 식욕이 싹 사라졌다.

그 때는 어리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해서 친구에게 말을 못했다. 지금이라고 딱히 어른스럽게 잘 말할 자신은 없다. 괜찮겠냐고 물어본 다음 환풍기 켜주고 창문도 열어주고 에어컨 공기청정 돌려줬으면 좋았을까?

그저 더 친한 친구와 괴롭다고 말만 나눌 뿐... 뭐 나도 요리 똥손이었는데 그 집에서 요리 문제로 남을 괴롭힌 적 있겠지. 서로서로 폐 끼쳤다.





그래도 그 기억 때문에 내가 집에서 직접 카레 끓일 엄두가 안 났다.

카레라는 건 역시 남이 끓여서 이미 냄새 가득한 곳에서 맛있게 먹고 후딱 나와서 이 닦고 탈취제 뿌리고 물 많이 마셔서 냄새 빼고 집에 와선 깨끗한 공기를 즐기면서 난 샤워-환복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서.

그래도 지금은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에어컨, 환풍기 돌리면서 만들고 여기저기 튄 얼룩과 설거지, 소분 후 마무리까지 냄새를 깔끔하게 해치워서 집 카레를 해 먹었다.

왜 집에서 그 친구가 그렇게 카레만 만들어댔는지 조금 이해 갔다.

요알못이면 특히 오래 잘 끓인 카레 하나만으로 따끈하고 정성가득 집밥이 완성되니까.

남은 건 소분해서 냉장보관 후 밥에 먹어도 되고.





카레가 망했던 제일 큰 원인은 비계 가득한 목살만 넣었기 때문이었다.

돼지고기만 가득한 카레라고 맛있는 게 아니었어..

짭짤한 맛에 먹었지만 이게 아니었다.

그 다음엔 카레 자체를 뭔가 섞인 요거트 갈릭 어쩌고를 넣었더니 그 맛이 아니었다.



오늘은 3번째로 만들었는데 성공했다!

당근과 함께 그냥 요리 편한 소시지를 잘게 썰어 넣고 오랜 세월 급식으로 길든 오뚜기 카레 가루를 썼다.

냄비에 기름 두르고 당근 볶다가 소시지 넣고 좀 더 뒤적이다가 물 넣고 끓여서 재료 익은 것 같을 때 가루를 조금씩 떠다가 녹이면서 만들고 간 보면서 물 더 부었다.

라면 끓일 때처럼 바로 다 되지 않고 덜 익은 밀가루 맛이 강하게 나서 인내심을 가지고 끓여줘야 한다.

그래서 같이 넣는 재료들은 불에 익혀도 덜 부스러지는 강한 애들을 넣나보다.

차츰 밀가루가 익으면서 맛있어진다.






아니 근데 크고 뚱뚱한 초파리가 접시에 한 국자 둔 카레가 식자마자 뛰어들어서 씹고뜯고맛보고즐겼다..

때려잡으면 접시 깨질 판이라 못잡은 거 너무 찝찝하고 원통하다.

돈이나 내고 먹어라ㅠ

아쉽게 초파리 육수맛 카레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다두고 김 모락모락 나는 카레를 새로 퍼다가 먹었다.





맛있었다.

밥이랑 아예 따로 담고 카레 한 입, 밥 한 입 따로 먹었다.

밥은 100٪ 현미밥이라서 푸슬하게 흐트러지는게 아주 카레랑 잘 어울렸다.

너무 맛있고, 생각보다 요리가 오래 걸려서, 초파리 테러에 짜증난 김에 2번 더 가져다가 4인분 가루로 만들었는데 거의 절반은 먹었다.


먹고 뒷정리 다 해놔도 너무 짜서 바나나를 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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