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개한테 풀을 준 건 아니고 초록색 개껌이다.
엎드려서 개껌 놓고 기다리는 훈련.
진짜 최고의 훈련은 엎드려서 기다리는 거 아닐까.
순하고 사람 좋아해서 치대고 애교 부리는데 뒷발로 서서 앞발로 사람을 긁으면 피가 난다..
공격성이 강한 게 아니고 공격력이 강한 녀석.
내가 제일 많은 피를 본 사람이다. 가족들이 내가 피 난 거 볼 때마다 개에게 복수하겠다고 노발대발인데 뭐 개를 이길 순 없다. 귀여운 똥쟁이 똥 치워주면서 똥 밟지 마라고 타박이나 할 뿐.
다른 가족들은 개 안 문다고, 순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데, 나는 '개 안 무나요?' 하면 정직하게 '긁으면 피가 나고 뛰어서 부딪치면 넘어진다' 고 대답한다.
진짜 이 녀석에게 내가 당한 그대로를 말한 것뿐인데 갑분싸.. 그치만 다칠 수 있는데 안 다친다고 말할 순 없잖아. 안 친하고 낯선 사람일수록.
개 안 무냐고 묻는 사람의 의도는 개를 만져보고 귀여워하고 싶으신 거니까. 가장 안전한 건 진짜 엎드리게 하고 기다리게 하고 간식을 아예 넘겨주는 거.
사람에겐 그나마 어리광쟁이인데 동물에게는 얄짤없다. 매우 흉폭하다. 특히 쥐같은 소동물ㅠ 잔혹한 건 보기 싫다. 고양이 쫓지 않았으면 한다. 고양이가 두더지 쫓아내서 시골에서 아주 유용한데.
먹을 것이 있으면 어떤 연습도 어떤 훈련도 같이 해주는 녀석.
근데 진짜 서열 따라서 사람 가리고 막 대하는 건 칼같다.
막 대한다고 해도 뭐 앞발로 체중 실어서 점프, 몸통박치기, 뒷발로 서서 앞발로 사람 긁기, 드러누워서 이빨로 사람 손가락 팔 물기, 산책 나갈 때 가자고 해도 힘으로 버팅기고 끈질기게 안 오기 정도?
어 개스라이팅 당했나. 적어놓으니 좀 심한 것 같아서 상처..
다른 가족말고 서열에서 밀린 나에게만.
종종 쇠로 된 밥그릇 물그릇을 엎어서 소리 콰장창 나고 물난리 나게 만드는데 불만의 표시이거나 뛰다가 줄에 걸려서 의도치 않게 그런 것 같다.
물그릇에 발을 퐁 담가보는 것도 장난 겸 인간더러 물을 다시 떠오게 시키는 거.
어 개스라이팅 당한 건 맞는 것 같네..?
그래도 귀엽고 날 좋아해주니까...? 좋아해주는 건 진짜 큰 마음이다...? 먹을 거 줄 때만 좋아하는 건가. 데리고 산책 나갈 때만 좋아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