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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가진 공을 다시 던져주려고 손을 뻗다가 개 발톱에 손목 안쪽 피부를 크게 긁혔다.
피부 안으로 깊이 파고들길래 놀라서 손을 다시 내 쪽으로 가져오려고 당기다가 피부가 두부껍질처럼 갈랴지는 느낌 들고 상처가 길게 났다.
자해한 것같이? 무서운 상처. 오른손잡이가 혼자 상처내기 딱 좋아보이는 왼쪽 손목 안쪽. 거의 7센티미터는 넘을 것 같고 손바닥도 이어지게 긁혔다.
이전 오른팔 바깥쪽에 남은 흉터는 개가 놀아달라고 보채면서 뒷발 딛고 일어서서 앞발로 애교부리다가 긁은 것 같은데.
이번 반대팔은 내 실수 지분이 크다.
그래도 살성이 좋은 편이라 빠르게 아문다.
다치자마자 근처에 있는 흐르는 수돗물로 흙먼지 말끔히 헹궈내고 집에 들어와서는 비눗물로 깨끗히 씻었다.
나 다쳤다고 피나는 상처 들이밀어도, 이 녀석은 그 손 안에 간식 쥐어서 주는 줄 알고 간식만 찾고ㅠ
인간이 자기 발톱에 다친다는 자각이 없다.
하긴 진심 다해서 송곳니로 물었으면 과다출혈 피의 축제 난리났을 텐데 이 정도 상처면 이 맹수 녀석에겐 아무것도 어니겠지.
그래도 통증 심하지 않고 출혈도 많지 않아 다행이긴 하다.
큰 개의 발톱은 흉악하구나.
그래도 진짜 오랜만에 긁혔다.
나이 들어서는 사람 맨 피부 팔이나 다리를 발톱으로 죽죽 긁으면서 어리광 피우거나 하지 않는다.
3살 때까지인가는 끝장나게 흉포하고 신나서 잘 날 뛰는 망아지같은 놈이었다.
이젠 한국식으론 6살? 된 것 같은데 앞발로 사람 누르는 것도 조-금은 힘 빼서 눌러주는데 그래도 방심하다가 맞으면 전신이 휘청인다.
뛸 때 천천히 가달라고 애원하면 흘긋 뒤돌아보고 조금 느리게 속도 맞춰주는 게 감동.
손, 팔에 상처 심하게 나는 것도 감당가능한 나같은 사람이면 괜찮지만, 흉터 자국에 민감한 분들이면 그냥 작은 견종 키워야지.
어유 진짜 고양이만 사람을 북북 긁는 줄 알았지.
설마 작고 가벼운 개들도 사람을 긁어 파나? 힘이 넘쳐나는 동물이니 그럴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