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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 개가 전완 아래쪽에 긁어 놓은 상처는 꽤 깊었는데 하얗고 가늘게 잘 아물었다. 여름 돼서 팔이 타니까 그 부분만 하얘서 좀 그렇긴 한데 어차피 앞에서도 뒤에서도 잘 발견할 만한 부분이 아니라서 다행.
왼손 손목 안쪽은 손 바로 아래다. 어찌나 정교하고 정확하게 정맥 핏줄을 따라서 그어놨는지, 보지도 않고 천천히 긁은 거 치고는 아주 잘 그어놨다. 그래서 자칫하면 정말 나쁜 선택했던 것 같아 보일 법한 갈색 세로선이 정맥 핏줄에 가려져서 괜찮다.
큰 개는 진짜 함부로 키우지 말아야 하고 키울 때 어느 정도 내가 다칠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것 같다. 이게 다 개가 크고 학교도 다녀오고 훈련 연습 많이 하고 의젓해졌는데,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은, 그냥 평범한 일상에서 놀다가 긁힌 거라서.
그래도 귀엽다. 너무너무 귀엽다. 태어날 때부터 귀여웠고 평생 귀여울 거다. 너무너무.
웃기는 짜장밥 같은 게 다 컸다고 나를 어리게 보는 것도 어이없다. 서열질이 아니고 체념한 상태에서 내가 자길 귀여워하는 걸 참아주는 거 느껴질 때가 있다.
어 근데 내가 있는데도 갑자기 타인에게 짖는 거는 서열질인가. 즉각 혼내고 내가 앞으로 나서고 하면 다시 조용해진다. 이 개는 잘 끙끙거리지도 짖지도 않아서 스텔스 전법으로 살아가는데 가끔 짖을 때 깜짝 놀란다. 나 말고 다른 가족들 산책할 땐 타인 나타나도 그런 적 없다니까 서열 꼴찌라서 못 미더웠나보다.
가장 바람직했던 예는 한쪽에 멈춰 서 계신 아저씨가 귀여워해주시는 표정으로 바라보실 때, 줄 짧게 잡고 옆으로 바짝 붙여서 가고, 지나칠 때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인사받고 지나친 거.
개는 사람하고 다른 듯 같아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