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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약간 끈적한 소금기 먹은 바닷가 모래로 노는 게 즐겁다.
어렸을 땐 성을 지었고, 더 커선 뭔가 음각으로 글씨를 썼고, 더 늙어선 양각 하트를 만든다.
하트는 클래식이고 클래식은 영원.
하나 소원이 있다면 우리 강아지를 데리고 바닷가 산책을 시켜주는 거다.
나만 행복하고 강아지는 별로 안 좋아할 수도 있지만.
바다 냄새, 파도, 촉촉한 모래사장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지금은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목줄 잡고 뛰고 놀아주고 닦아두고 먹을 거 주고 똥 치워주는 등 육체노동만 제공하고 있다
저번엔 강아지와 처음으로 영상통화를 했다!
평생 티비도 본 적 없고 밖에서 모니터 없는 생활만 한 개가 과연 폰 화면에 나오는 내가 나로 보였을까?
나는 너무 행복했는데 내 목소리를 들은 개가 내 생각이 나서 불안하고 슬펐으면 어쩌지.
참 개는 사람하고 다르다.
강형욱 님이 강조되고 반복되는 소리는 개를 불안하게 하고 애기어로 말을 하지 말라셨는데.
애기어로 자꾸 말하는 건 인형한테나 해야지.
하필 견주님도 나도 개에게 애기어로 말이 아주 많은 사람인데 견주님은 말 줄이는 시도는 불가능하다셨다.
나라도 개에겐 꼭 필요한 거 아니면 말을 안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개에게 작별인사도 하면 개가 분리불안 심해진다고 해서 작별인사도 맘 속으로만 하고 아는 척 없이 차타고 나오게 됐다.
이렇게 말이 많은 우리 가족에게 어쩌다가 이렇게 짖지도 않고 말도 없고 어릴 때부터 의젓한 대인배인 강아지가 왔는지.
가끔 보면 우리 개가 과격하긴 해도 대범하고 신경 무디고 침착해서 그 성격이 부럽고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개 나이는 셀 때마다 헷갈리는데, 이제 만으로 4살 넘었다.
https://www.dailyvet.co.kr/news/etc/123808#:~:text=%EC%9D%80%20%EC%95%84%EB%9E%98%EC%99%80%20%EA%B0%99%EB%8B%A4.-,%EC%82%AC%EB%9E%8C%20%EB%82%98%EC%9D%B4%3D16ln(%EA%B0%9C%20%EB%82%98%EC%9D%B4)%2B31,%EC%84%B8%EC%97%90%20%ED%95%B4%EB%8B%B9%ED%95%9C%EB%8B%A4%EB%8A%94%20%EA%B2%83%EC%9D%B4%EB%8B%A4.
여기서 보면 하필이면 연구가 래브라도 리트리버 104마리 대상으로 진행됐다는데 그게 우리 개랑 같은 견종이잖아.
4살 넘으면 50세 넘은거야?
어쩐지 요샌 산책 나가는 초기에만 귀 팔락거릴 정도로 촐랑촐랑 엄청 빨리 뛰려다가 점점 내 눈치보면서 느려지더니...
나이들어도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만나러 갈 땐 무염 닭가슴살+개가 먹을 수 있는 채소 찹찹 조각낸 거 익혔다가 식혀서 직접 만든 음식으로 생일 축하해 줘야겠다.
견주님도 강아지도 나도 생일이 9월이라 우연인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