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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으로 페이퍼백이라는 존재를 해외에서 13살 때 알게 됐다.
도서관 단골로 꾸역꾸역 한도까지 대출받아서 무겁게 이고지고 다녔는데 페이퍼백의 존재 너무 좋았다.
그 때 산 페이퍼백.
당시 제일 좋아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해리 포터!
진짜 만 11살 때 부엉이가 온다길래 난 생일이 늦은 편이라 13살 때도 대부분 만 11세인 상태긴 해서 생일 이후에 12세로 꼴까닥 넘어가는 순간까지 잠들 때 눈 뜨면 호그와트 편지를 바랐던 것 같다.
거의 피튜니아 에반스 상태로.
실제로는 영국인만 호그와트 입학 가능하다니, 국적이 없고 거주 안 해서 이미 탈락.
더러운 선진국 입학 조건.
더러운 머글 차별주의!
이 때 이후로 여행 가면 꼭 현지에서 영어 서적 파는 서점에 들린다.
베트남 여행 가서 영어로 번역된 일본 소설 산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워낙 좋아하던 소설인데 페이퍼백이라 가볍고 베트남이라 부담없는 가격이라서 사 버렸다.
저녁에 2층 카페에 앉아서 맛있는 거 시켜놓고 막 새로 사온 책 읽으면서 기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 후 1년간 그 책을 다 못 읽었다!
페이퍼백은 책이 아주 굿즈야.
성질 급한 속독 독자인데 한국어 번역본으론 다 읽은 책들은 영어로 속독 안 되니까 읽다 포기한 것 같다.
부끄럽고 처음 샀을 때 나에게 미안하다.
해리포터는 유일하게 정상참작이 된다.
만 11세는 책 한 권 끝까지 안 읽어도 괜찮잖아요..
굿즈로 책 사도 괜찮잖아요..
새삼 나이별로 샀던 책 다시 읽어보면 영어 그래도 늘긴 느는구나 생각 들어서 기쁘다.
학부 때 오래 후회되는 건 학점 못 받고 수업 따라가기 어렵다고 해서 할 수 있었는데도 영문학 복전 안 한 거다.
근데 또 내 성격상 문학은 못 놓을 것 같고, 점점 영어가 느니까 죽기 전엔 언젠간 개론 수업이라도 듣고 셰익스피어라도 읽을 것 같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다.
제발.
그 전 단계로 자투리 시간마다 사뒀던 페이퍼백이라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