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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예전에 큰 개를 데리고 놀러오신 분을 맞이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 때 난 우리 개둥이를 만나기 전이었고, 개 전반, 특히 대형견에 대한 상식이라곤 없는 상태였다.
뭐 어릴 때 뉴질랜드에서 크고 나이든 투견? 을 어른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조심히 만져본 기억은 있다. 엄청 순하고 따뜻하고 털이 짧고 거칠었다.
그런데 그 큰 개를 데리고 가정집 실내에 놀러 오셔서는 어찌나 개가 오만하던지. 덤벼들거나 엉망진창으로 뛰어놀진 않았지만 이미 다 큰 성인인 나에게 으르렁거리면서 내가 자기 허락없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떠올리니 새삼 아찔하고 화난다.
소형견이 짖어도 좀 놀라는데 사람보다 더 큰 개가 아주 근거리에서 으르렁거리는 거 어떻게 안 무섭냐고.. 보호장구도 없고. 목줄도 없이. 그 손님은 약간 다른 사람이 그런 개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즐기셨던 것 같다. 나 이런 개 키우는 사람이다, 같은.
지금 우리와 살아가는 이 개둥이 사이즈는 그 때 그 개보단 좀 작은 편이지만 사람에게 애교부리고 기분좋게 치대면 공격력이 매우 크다.
누군가 가족 아닌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일단 길에서 지나치는 상황이면 목줄을 반드시 꽉 잡는다. 드물게 뛰어들려다가도 목줄을 꽉 쥐고 힘 주고 있으니 개가 제풀에 와장창 넘어져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리고 개에게 누군가 접근해서 만져보고 얘기를 더 오래 하고 싶은 상황이면 반드시 개를 엎드리고 기다리게 하고 나서.
항상 명령과 통제는 목줄 쥔 사람이 하게 하고, 개가 제멋대로 판단하진 못하게.
그게 맞지... 아직 우리 개가 가정집 실내에 놀러가 본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여럿 있고 집주인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손님 개가 집주인을 통제하려는 상황은 엄청 민폐고 개 버릇 나빠지고.
이런 큰 개들이 진심으로 앞발로 때려잡고 물어뜯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소형견도 가끔 매우 무섭게 짖고 공격성 보이기는 하는데 그것도 사실 개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기만 하는 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무리 짐승이니까 믿을 수 있는 가족 말을 따르도록 하는 게 맞지. 개의 마음대로 살아가기엔 문명 인류 사회가 팍팍하다. 가족 말을 따르기만 하면 예쁨과 풍요로움이 보장되어 있고.
근데 사진이 내 발을 떡하니 밟으면서 빤히 올려다보는 모습이라 내 말에 신빙성이 낮아보이네... 개 발바닥 매우 퐁신하고 두꺼워서 밀도 높은 메이크업 스펀지로 폭- 하고 눌리는 느낌인데 그것보다는 더 묵직하다. 날 밟으면 나도 개 앞발을 손으로 꾸욱 눌러준다. 너무 보송하고 따뜻하고 두께감 있고 귀엽다. 그래도 개는 별로 안 좋아하면서 후드득 털어내고 발을 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