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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난 되게 게으르고 무정한 사람이라 식물 화분 잘 키워본 적이 없는데 의외로 호접란+산호수가 같이 들어있던 화분 처치곤란이라고 집에 받아온 거 살아있다.
호접란 꽃은 진작 다 졌지만 즉각 꽃대 잘라내고 썩어 죽은 호접란은 뽑아내니 남아있는 애가 뭔가 뿌리같은 거 2개나 새로 자라면서 잘 살고 있다.
화분 분갈이해서 무한 증식하는 거 노이해고 공간 차지하고 벌레 생겨서 싫다. 그래서 산호수도 너무 화분 가득하게 생긴 것들 조금씩 잘라냈다. 그런데 죽지 않고 잘 살아준다.
그리고 어제 또 장미허브와 미니알로에가 같이 들어왔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지만 이것도 처치곤란.
화분 있어서 예쁘고 싱싱해보이고 좋은데 죽일까봐 두렵다. 그리고 분갈이하기 싫고 귀찮아. 이왕이면 내가 골라서 키우고 싶지 선물받는 화분은 정말 별로다. 차라리 먹어서 없어지는 식물 부산물이나 잠시 뒤 버리게 되는 꽃다발 선물이 낫지.
식물은 왜째서 계속 자라나는 걸까. 동물은 일정 크기 이상이면 안 크는데. 언젠가 동물 녀석들이 다 멸망하고 인류 문명도 망하는 그 때 무시무시하게 자라나려는 어두운 계획을 품고 있어서?
그래도 막무가내로 동물을 집에 들이는 것보다는 식물이 차라리 낫다. 뭣하면 나보다 준-농부 수준이신 분이 계신 본가에 슬쩍 맡겨놓기도 좋고. (화분이 집 안팎으로 너무너무 많아서 3개쯤 슉 밀어넣어놔도 티가 안난다. 밀어넣어놔도 다 알아채시고 그냥 다른 애들 물줄 때 같이 주실 것.) 아니면 진짜 극단적으로 본가 밭 노지에 심어버리든지. 이건 좀 많이 미안하긴하다. 이제 땅이 얼고 추운 겨울이니까.
나와 같이 반 강제적 식집사됐지만 죽이기만 한 분들께. 식물은 물보다는 바람 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햇볕 쪼여주는 것도요. 베란다도 없는 집에서 물 쓸데없이 많이 자주 주면 화분 속 물이 썩고 뿌리도 썩고 다 썩어서 과습으로 죽어요. 그거 버리기도 힘듭니다. 차라리 말라죽은 애들 치우는 게 낫죠.
아침에 많이 추워서 움직이기 싫은데 해 뜨니까 암막시트지로 가려놓은 안쪽 창문 열어서 식물들 햇볕받게 해주고, 바람쏘이면서 실내 공기도 환기하고, 밤 되면 창문 꼭 닫고 제습기 틀 땐 거길 피해서 다른 곳에 두는 등등 식물 귀찮지만 식집사가 더 규칙적이고 섬세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개보다는 양반이다. 여러모로. 그렇지만 개는 몹시 귀엽고 복슬하고 두툼하고 사랑스러워. 살쪄도 귀엽고 살빠지면 안쓰러워서 더 먹이게 되니까 좋아. 테디베어같이 보이지만 사람도 찢는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