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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창피해...
나도 모르게 괴성지르면서 다리 힘 빠지고 넘어져서 반대쪽 무릎 대차게 긁어먹었다.
비 온 뒤 지렁이가 유독 많이 다니는 길에서 뛰면 신발에 지렁이 사체? 반 말라서 죽어가는 지렁이? 가 걸려서 ㅠ 종아리에 휘감기는구나.
쓰면서도 끔찍하다!
지렁이는 땅 기름지게 하고 어쩌고 유익한 동물? 곤충? 인데 내 반경 5m 안에 오지 말았으면.
종아리에 휘감겼 ㅠㅠㅠㅠㅠㅠㅠㅠ는데 손으로 집어서 내던지면 그만이었지만 일단 촉감 ㅠㅠㅠㅠㅠㅠㅠ에 정신적 충격 받아서 괴성+넘어졌다.
천운인 게 비 올까봐 들고 나온 3단 우산. 커버 씌운 우산으로 그 길다란(거의 40cm ㅠㅠㅠㅠㅠㅠㅠ) 걸 내 몸에서 제거했다.
그리고 불운인 게 내 소중하고 상큼한 우산에서 그걸 제거할 방법이 ㅠㅠㅠㅠㅠㅠ
우산을 길바닥에 문질러서 ㅠㅠㅠㅠㅜ 떼 내는 순간에도 꿈틀거린 ㅠㅠㅠㅠㅠㅠ 지렁이 너무 불쌍하고 그런데 무섭고.
반대쪽 무릎에서 피가 줄줄 난 채로 집을 향해 걷다가, 조금이라도 이 끔찍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뛰었다. 그러니까 피가 더욱 줄줄.
다 커서 무릎 피 줄줄이 말이 되냐고. 그것도 어릴 땐 운동부족, 근력부족으로 자주 넘어졌지만 이젠 하체 튼튼 근육량 정상 인간이 되었는데 그냥 무서워서 그런 게.
독사라도 만난 사람처럼 ㅠㅠㅠㅠㅠㅠ 내가 너무 나약하고 창피했다. 사람이 주위에 없어서 다행인데 산책로니까 사람 있었을 수도 ㅠ
그래도 독사 같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뛰다가 땀 뻘뻘 난 상태+대충 씻은 몰골로 응급실 가는 게 더 끔찍하지.
지렁이와 흙 묻은 ㅠ 우산 커버 빨고 내 무릎도 일단 샤워기와 비누로 씻어내고.
산책로가 점점 풀로 무성해져 가면서 아무도 관리를 안해서 솔직히 예쁘지만 다니기 불편했고 풍년초가 길 가운데를 침범해 들어와서 뛰기도 힘들었다.
정리되기 전까진 그냥 동네 인도 뛰어야지. 그리고 비 온 뒤는 걸을 거다. 더워져서 봄부터 실내 근력운동할 때 입던 반바지 그대로 입고 뛰었는데 솔직히 지렁이든 뭐든 맨살에 닿는 촉감이 싫은 거라 다리 토시? 같은 거 찾아봐야지. 여름용 냉감 원단으로.
마음 굳게 먹고 유사한 상황이 또 일어나면 손으로 바로 잡아 던져야지. 솔직히 손가락으로 바로 집어 던졌으면 넘어질 일도 없고 피도 안 났을 거고 그냥 손가락만 좀 찝찝한 채로 남았겠지. 그리고 지렁이랑 싸우면 내가 이긴다. 지렁이는 목숨이 걸린 공포지만 그냥 나는 촉감 등등만 싫은 거고 목숨이 걸린 공포는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코스모스나 금계국 줄기라고 생각하고 빠르게, 바로, 민첩하게!
놀라긴 진짜 놀랐다. 그리고 씻어내고 물기 말리고 밴드 붙였는데도 진물+핏기가 줄줄줄줄 ㅎㅎㅎㅎㅎㅎ 흘러서 당황스럽다. 긴 바지 어떻게 입지..
지렁이도 흙탕물도 없는 헬스장 트레드밀이나 깔짝깔짝 뛰던 사람이 야외를 얕보면 이렇게 되나보다. 다시 실내로 들어갈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긴 하지만. 야외 뛰기는 야외 뛰는 것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트레드밀은 진짜 지루한데 야외는 발로 바닥 미는 느낌부터 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