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2 (2)

개도 고양이도 다 안 아프고 대설주의보 의젓하게 잘 이겨내서 멋지고 다행이다.

미리 개와 함께 먹으려고 닭가슴살과 고구마 익혀가서 고양이도 밥 주는 김에 묘생 첫 닭슴살 맛을 보여줬다. 개나 내가 먹기 좋게 썬 것에서 손으로 더 잘게 뜯어서 사료 크기로 조금만 줬는데, 날 보면 도망가던 녀석들이 열정적으로 달려들어 아주 잘 먹었다.

그 중 나를 피하던 고양에게 고양이로 학사 학위를 받은 손길을 맛보여줬더니 골골송을 부르면서 난리였다. 가볍고 짧게짧게 손가락 마디 관절로 정수리에서 시작해서 머리와 목,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분까지를 빠르게 적당한 힘으로 마사지해주면 좋아한다.

사실 개는 잘 몰랐었는데 거의 비슷하다고 느꼈다. 다만 개가 아주 크고 고양이보다 더 단단해서 정수리와 이어지는 목 옆 근육, 목과 어깨 이어지는 부분을 더 둥글고 더 크게, 살짝 더 힘줘서 문질러주면 좋아한다.

특히 개 턱과 뺨 부분 교근? 을 부드럽게 문질러주니까 매우매우 좋아하면서 녹아내린다. 개를 억지로 힘으로 뒤집어서 배를 보이게 하고 배를 만져야 복종? 한다는 말은 잘 모르겠다. 그냥 잘 먹이고 산책으로 힘 빼주고 피곤하게 깨끗하게 빗고 닦아서 적당한 근육 마사지 해주면 알아서 녹아내리고 뒤집히는걸.

의사소통 안 되는 개에게는 좋아하는 걸 알아내서 적당한 시기에 적절하게 해 주고 꾸준하게 애정주면 마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급할 때 의젓하게 착 앉고 착 엎드려서 기다리는 강아지 아주 기특하고 멋지지만, 그 이상으로 복종? 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든다. 때려서 말 듣게 만든다는 것도 개 상대로는 절대 안 통한다. 아마도 때리면 그냥 개에게 나는 폭력적인 인간이 될 뿐.

(아마도 사람에게도 안 통한다. 나는 신체 체벌을 받고 큰 세대라서 완전히 체벌 없는 훈육을 아직 잘 체화하지 못했다. 폭력은 나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반사적으로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 튀어나올 때 참고 다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기본 교육을 같이 받고 연습하고 나면, 적절한 보상과 칭찬으로 유대 관계와 신뢰 관계를 쌓는 게 낫다. 이젠 리드줄과 쓰다듬는 손길, 잘했다고 칭찬하는 말만으로 다소 원만한 산책이 가능하다. 이 먹보견에게 간식이 없이도.

개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 티스토리 블로그 주소를 잘 못 지었다는 걸 느낀다. geniuscoffee 말고 eatalotcoffee나 foodiecoffee로 지을 걸.

우리 강아지는 천재견이 아니고 먹보견이다. 아주 먹는 것에만 진심이다. 말수가 없어서 안 짖는 거고 학교에서 햄 조각 먹으려고 기본 훈련 교육 잘 받고 연습도 잘 한 것. 산책할 때도 밥 다 먹고 가끔은 간식도 먹었는데도 또 먹을 것만을 찾아 헤맨다.

천재적으로 귀엽고 예뻐보이긴 하다. 내 눈에는 초코로 만든 떡같이 귀엽고 눈망울은 마치 포도 알맹이 속살같다. 좀 빗고 닦아놓으면 얼마나 부드럽고 깨끗한지! 예쁘다고 뜬금없이 칭찬하고 마구 주물러준다.

좋다고 뛰어오르면서 애교부리는 대형견이 또 내 손목을 발로 긁어서 피 냈다. 뭐 이제 일부러 박박 긁거나 이빨로 깨물진 않으니까 이 정도면 별 거 아니긴 하다. 방어흔처럼 영구 흉터 남은 것도 있는데 이번에 긁힌 건 그 정도로 심하진 않을 거다. 아마도?

눈 올 때도 한 바퀴 같이 돌아주고 싶어서 머리에 냅다 수건 씌우고 아랫부분을 내 스크런치 머리끈으로 묶어서 고정했는데 놀랍게도 수건으로 가려진 부분만 조금 더 따뜻해서 효과를 봤다. 캐나다계 한국견 래브라도라서 눈과 추위에 강하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