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에 원없이 먹은 초코맛 핫케이크. 물과 달걀 넣고 젓가락으로 섞어다가 프라이팬에 구웠다. 팬에 구웠으니까 팬케이크. 이웃집에서 요리하고 집으로 가져가서 먹으려고 냄비에 넣었더니 무슨 군고구마같은 비주얼. 1년에 딱 한 번 미친듯이 먹은 거니까 됐다! 혼자 먹은 거 아니고 가족들도 갓 구운 따끈한 거 잘 먹어서 더 좋았다. 이브날 밤엔 초코맛 굽고, 크리스마스 날엔 일반 하얀 거 구웠는데 초코맛 인기 폭발하고 하얀 게 의외로 인기가 없어서 다음주에도 남아있길래 내가 또 다 먹었다. 어 이러면 1년에 1번 먹은 게 아닌데....? 하여간 연말 시즌에. 다시 산책도 홈트도 시작하니까 졸리고 지친다. 이러면서 체력 늘어가는 거지 뭐.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좀 허망하다. 무릉도원 갔다가 돌아온 어부 마음이 이럴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다같이 겪고 즐겼다가 보내주는 거니까. 눈썹 우드펜슬로 희미하게 꼬리만 채워 그리고, 클래식레시피 하나로 베이스 깔아서 바탕색 깨끗하게 해놓고 뷰러로 속눈썹 집어주고 쌍꺼풀 선만 덧칠해서 조금 길게 그려놓고 언더 속눈썹 눈동자 바로 뒷부분 조금 속눈썹 뿌리 부분 선 2mm 쯤 그려주고 그 선 아래부분 정도로 애교살 선 뒷부분만 그리고 손으로 살짝 스머지하고, 클래식레시피 다시 대충 손으로 블러셔 영역에 발랐는데. 화장 안한 것 같아 보이는데 힘줘서 신나게 할 때보다 이게 더 낫다. 안한 게 많아서 지워져도 깨끗하고. 립도 피부화장도 하이라이터도 쉐딩도 마스카라도 아이라인도 안했는데. 조금 힘빠지기도 하지만 ..

메리 크리스마스. 어젯밤엔 해질녘 무렵 빙판이 생겨서 미끄러질 뻔 했다. 얼음 얕은 부분을 찾아서 얼음 깨고 파 내서 자갈을 밟고 미끄러지지 않게 걷는 길을 냈다. 눈 미는 걸로 밀어버리면 됐는데, 그게 부러졌고ㅠ 눈 쌓인 바닥이 포장도로나 돌, 반반한 흙이 아니고 자갈이라 밀기 불편했다. 한 삽 한 삽 소중히ㅋㅋㅋㅋ 삽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등근육이 튼튼해졌다. 손목 충격받아서 약간 좋지 못하고 엄지손가락 이어진 손바닥이 삽자루에 멍들었다. 오늘은 개집 지붕 위 두꺼운 눈을 치웠다. 무게도 부피도 상당했다. 개집 드나드는 문턱, 개집으로 갈 때 밟는 턱에도 얼음꼈길래 거기도 얼음 깨고 파 내고. 염화칼슘을 그 위에 뿌렸다. 개가 먹으면 안되는데.. 이 녀석은 예쁜 꽃이나 상추같은 거 말고는 일단 입에..

사랑밖에 모르는 분 덕분에 휴일까지는 이동하지 말라고 뉴스 나왔지만 겨울지옥을 뚫고 왔다. 종아리 넘게 푹푹 빠진다. 삽도 가볍게 짚었는데 절반 넘게 꽂히고. 개만 신났다. 4개 다리로 체중을 분산해서 겨드랑이 정도까지만 눈밭에 빠지니까 더 신나게 눈 세상을 뛴다. 괴력을 발휘해서 인간을 이끄는데 수산시장 장화를 넘어서 눈이 들어올 지경이라고..살려죠🥶 춥지도 않은지. 옷도 싫어하는 야외견. 눈밭에 똥 싸니까 아주 편하게 눈까지 쏙 삽으로 파서 들면 되니 그건 좋았다. 오늘의 미션은 개에게 산타모자 집게핀을 찝어보는 거다. 머리카락이 짧으니까 좀 더 긴 꼬리 쪽 등 털에. 못 찝으면 내 손가락에 찝어서 개털에 대고만 찍어야지. 개가 짙은 어두운 갈색이라 산타모자 빨강 하양 대비감 이쁘다.

드디어 20일!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군 당근을 좋아하는 개에게 크리스마스 특식으로 따끈하게 갓 익힌 닭가슴살 당근 브로콜리 맛을 보여줘야지. 개가 먹고 마시는 걸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근데 우리 개는 개 중에서도 너무 빨리 먹어서 천천히 보고 있기가 힘들다. 그나마 배추 뜯어먹고 당근 뜯어먹을 때 채소가 크면 조금 천천히 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먼저 한 입 먹고 준 적 있어서 그 뒤론 늘 나를 경계하면서 멀리 떨어져서 먹는다. 먹는 걸로 원한을 잊지 않는 강아지. 늘 먹는 것만 주는데 왜 그래ㅠ 아마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먹는 거라서 그럴 거다. 개 몸에서 그나마 털이 쫌 긴 부분 찾아서 산타모자 머리핀 하고 사진찍어 놔야지. 개 산타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해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