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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저렴한 폰카 화질 한계..
지금은 자정 넘어서 추석 전날이긴 한데 실질적으로 추석 보름달보다 2일 전이다.
태풍 지나간 시골 공기가 끝내줘서 초저녁부터 달이 유독 크고 하얗게 파란 하늘 위에 뜨더니, 불 다 끈 집안에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와서 방바닥에 하얗게 창문 모양으로 빛이 생겼다.
그 빛이 너무 세서 손을 대면 바닥에 그림자가 진하게 생길 지경이다.
다락방이라서 달하고 제일 가깝다.
태어나서 달빛이 이렇게 햇빛처럼 밝은 건 처음이다.
주위가 다 어둡고 불 꺼놓은 상태라서 더 신기하다.
이 바닥에 비친 달빛은 무슨 수를 써도 저렴한 폰으로는 안 찍어져서 서운했다.
하지만 다락방 창문 너머로 옆집 지붕이 살짝 나오게 찍은 하늘엔 달무리가 보이는 보름달이 어찌어찌 찍혔다.
어두우면 아예 어둠만 찍히는 폰인데 하늘에 뜬 달이 저 정도로 찍힌다는 건 미친듯이 달빛이 세다는 거다.
최대한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게 보정해봤다.
달빛, 하면 창백하게 밝은 은회색이나 푸르스름한 흰빛이 떠오른다.
오늘밤 이 곳 하늘 달빛은 햇빛같은 따뜻한 노란색이네.
빛 세기는 약하지만 분명히 색 온도는 따뜻하다.
달 자체는 실눈뜨고 보는 이른 오전 태양처럼 눈부시도록 센 황금빛 노란색인데 무지개색 달무리가 불그스름하게 퍼지면서 주위 구름을 물들여서 더 뜨거운 느낌.
아예 창문 모양으로 네모지게 달빛이 내린 바닥에 얼굴을 두고 누우니까 선탠하는 것처럼 빛이 온통 얼굴 비추고 난리다.
지금 얼굴 씻고 수분크림만 바른 상탠데 이대로 자면 얼굴 탈 것 같은 세기의 달빛이다.
얇게 구름이 가려도 밝고 찐하게 들어온다.
진짜 흔한 '달빛 쬐는 창문가'라든지 드뷔시나 베토벤 곡명이라든지, 어릴 적 달빛을 받으면 ㅁㅁ가 이루어진다 등등 말이 그냥 다 비유인 줄 알았는데 진짜 빛이 있구나.
신기하다.
그동안 엄마가 아무리 '오늘밤은 달빛이 좋아서 집 주위 걸을 때 훤해서 조명이 필요없다'고 해도 안 믿었는데.
서울 사람에 비하면 난 촌놈이지만 촌놈 중에서는 도시 사람이라 가로등, 손전등, 폰 플래시라이트가 없으면 밤길 주위가 보인다는 게 말도 안되는 얘기였으니까.
너무너무 신기하다.
다락방
...라고 글 쓰는 도중에 두꺼운 구름이 검게 몰려와0서 달빛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달 자체는 보이지만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 세기가 약해져서 아쉽다.
이 정도면 달빛 아니고 "달볕"으로 해도 차고 넘칠 빛을 봐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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