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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크로싱 엽서 하나 더 받았다.
미국 대단해.. 반짝이는 홀로그램 우표. USA FOREVER 라는 문구 자체도 너무 미국스러운데 뭔가 역사적인 서사가 담긴 건지는 모르겠다.
대한독립만세랑 비교해보면 식민지 지배 당한 적 없고 역사 짧고 자기 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가득한 느낌?
한국으로 치면 한국이 최고시다 짱짱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내 열등감+사대주의 때문인가? 그런 점만큼은 조금 부럽다.
그래도 피땀 실제로 흘리고 목숨 바쳐 대한독립을 이루는데 기여하신 수많은 독립운동가 분들은 한국인으로서 정신적으로 든든하고 존경스럽고 따르게 된다. 한국의 보물.
아... 네이티브 아메리칸 분들 후손들은 USA FOREVER 같은 거에 약간 감정이 묘하시려나. 아니면 너무 이미 공기처럼 익숙해져 있어서 새삼스럽지도 않으시려나. 많이 안타깝긴 하다. 종교와 자본주의의 이기심 아래 미국 국내에서 희생되신 분들도 엄청 많지. 기숙학교에 들어간 어린이들 포함.
포스트크로싱에서 프로필에 종종 자기 나라는 종이봉투에 엽서를 넣어 보내는 게 안전하다는 등 봉투에 넣어서 부쳐달라는 말을 보는데, 문제는 한국에서 항공으로 해외우편 보낼 때 봉투에 넣어서 보내면 가격이 달라진다. 엽서와 서간의 차이인 듯. 항공엽서는 기본 우표 1개 값인 430원인데, 항공서간은 480원.
이걸 모르고 부쳤어... 내용물은 종이 1장이긴 한데 봉투에 넣어서 서간으로 분류됐으면 나름 열심히 꾸민 내 엽서가 그냥 버려지고 포스트크로싱에선 expire 되겠지.
그래서 근처 큰 우체국에 다녀왔다. 430원 우표 옆에 혹시 모르니 붙일 50원, 30원, 100원짜리 우표 사려고. 똑같이 우편 대기표 뽑고, 창구에서 바로 실물우표 사고 싶다고 하면 파일집을 가져와서 보여주신다. 개수, 가격 계산기로 계산해보고 그냥 3종류를 같은 것들끼리 붙어있음 다 샀다.
다 사도 10,000원이 안되니까 부담없고 앞으로 더 팍팍 붙여서 보낼 수 있어서 안심이다. 하지만 내가 사둔 뽀로로 하트 무지개 우표와는 다 어울리지 않는 자연물이라서 웃기다.
어쩌다보니 연속으로 어르신들이 매칭됐다. 유독 어르신들은 프로필 자기소개란에 나이, 남편, 자식까지 투명하게 공개하셨는데, 성실해 보이기도 하고 화목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이거 개인정보 노출 문제 없는지 걱정도 된다.
자국 안에서 매칭 안 되게 해두면 큰 문제는 없으려나. 하지만 진짜 주소도 알고 이름도 아는데 나이, 자식, 직업, 직장까지 온라인에 노출해 둔 게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사칭이나 도용 걱정도 되고.
나야 뭐 당당하게 가명을 적었다. 엽서 한 장이라서 뭔가 문제 생겨서 나한테 배송 안되고 폐기되거나 분실처리 돼도 상관없어서. 그리고 지금까지 3장째 아주 잘 받아봤다.
혹시 한국에서 포스트크로싱 하고 싶으신 분들 있으면 가명을 적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이렇듯 조금의 위험은 있지만 팍팍한 하루 끝에 우편함 흘깃 봤는데 광고지나 돈 내라는 통지가 아닌, 순수하게 사적인 엽서 1장 들어있는 걸 볼 때 뭔가 소소하게 기쁘다. 우울감이 순간 적어지고 조금 내면이 뽀송하고 밝아지는 느낌.
그리고 나는 같은 사람과 주고받기는 안 하게 설정해뒀는데도 엽서 하나 받아서 등록하면 꼭 답장하듯 또 다른 사람에게 엽서를 보내게 된다. 촛불 옮겨 붙이는 것 같기도 하고, 비오는 날 모르는 사람 1인과 우산 같이 써주는 랜덤 품앗이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오리고 뜯고 붙이고 색칠하고 써서 보내는 것도 재밌다. 친구와 계속 주고받는 것보다 쓰는 부담감도 덜하고. 오히려 부담없으니 엽서 받고 또 하나 바로 써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