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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on Daily bases

20220108

진종대 2022. 1. 8. 22:37



별 일 없는데 반지를 하나 샀다.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엄지에 낄 간단하고 가벼운 반지였다. 나는 새끼손가락이나 엄지손가락에 실반지를 끼는 걸 좋아한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수수한데 오래 볼수록 예뻐서다.

값도 싸고 정식 브랜드도 아닌 반지였지만 뭔가 들떠서 반지의 의미, 금속, 원석과 보석 등을 검색하다가 청혼 멘트 골라갈 수 있는 사이트 페이지를 읽게 됐다.

짧은 말 중에서 이게 엄청 기분 좋은 거 같았다.

I give you all of me forever, can I have all of you?

먼저 자기 자신을 다 주는 헌신적인 태도, 확실하게 상대 또한 나와의 결혼으로 기혼자로 만들려는 의도, 그리고 이 질문에 상대방이 "Yes, you can"으로 허락하는 대답을 하게 된다는 점이 더 건강한 관계를 시작할 수 있어서 로맨스 덕후로서 참 뿌듯했다.


미드 글리 볼 때 Sue Sylvester가 자기 자신과 결혼한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충격적이다가, 냉소적인 대사에 웃기다가, 자신과 자매를 방치했던 어머니를 향한 말에 슬퍼졌었다.

그리고 테드 강연 중에서 Tracy McMillan의 "The person you really need to marry"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온실 속 화초처럼, 껍질 속 거북이처럼 안전하게 방구석 은둔자로 자라오면서 대학교에 다니고 나서야 좀 사람도 만나고 연애도 하게 된 20대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됐다.

결혼은 추상적이지만 꼭 해야할 필수 과제이자 통과의례였고 누구나 다 하니까 나도 하겠거니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당시 사귀던 사람과 먼 미래를 그리면서 유치하지만 순진한 생각도 했었다.

지금 와서 다시 강연을 보니까 왜 이렇게 와 닿는 부분들이 많은지.

내가 지금 비교적 바닥이고 for better or worse 중에 어떻게 봐도 건강 빼고는 다 후자라서 더 와 닿았다. 자기 자신이 사는 삶에서 간절히 바라는데 없는 결핍이, 자기 처지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수치심이 있는 사람이 그야말로 '귀가 있어 듣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스스로가 채워줄 수 없는 것은 인생에서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다. 채워준다고 해도 부족해서 오히려 더 목마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잘 될 때도 잘 되지 않을 때도 늘 곁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긴 쉽지 않다. 스스로를 못난 사람으로 여기고 자책하기는 아주 쉽지만 고통스럽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든 태도에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드러나게 된다.

아직 결혼 안 해봤지만 자기 자신이 힘들 때도 휘청이는 사람이 결혼하고 배우자가 힘들어질 때 단단하게 받쳐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 않나?

두고두고 들으면서 전문을 필사해보고 싶다. 좋은 강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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