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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on Daily bases

20220204

진종대 2022. 2. 4. 00:19

(택배가 온 걸 제일 먼저 발견한 개)


개가 보고 싶다.

실컷 돌아주고 열 오른 따끈하고 부들부들 귀 만져주고 싶다.

원래는 얘가 한창 이갈이 할 때 주인이 집에 없고 나 혼자 밥주고 산책시키고 놀아줘서 내 신발끈과 바짓단, 손을 집중 공격하면서 이갈이를 해댔다.

문젠 이게 나 한정으로 나만 만나면 내 앞에 드러누워서 내 손가락을 물어뜯는 버릇으로 남았단 거다.

다른 사람 손은 아무도 안 무는데 내가 만져주기만 하면 갱얼쥐 시절로 돌아가서 어리광 피우다가 드러누워서 꼭 손가락을 문다.

금으로 된 실반지가 앙앙 무는 맛이 좋은지 많이 변형됐다. 개주인이 나보고 실반지 변형된 게 흉하다고 하시길래 '댁네 개가 그랬소이다' 해드렸더니 엄청 당황하셨다. 반지는 입으로 하나 뽑아간 적이 있었는데 식탐러가 먹은 줄 알고 패닉에 빠져서 뱉으라고 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걸 찾고 십년감수한 적이 있어서 그 다음부턴 다 빼고 논다.

여하튼 이갈이는 옛날 옛적에 끝냈는데, 이 무지하게 튼튼해진 이빨로 내 손을 앙앙 물면 아프다. 대형견 치악력 좋다..

근데 얘가 다 커서 그런지, 아니면 학교가서 열심히 배운 걸 꾸준히 연습해서 그런지 앙앙 물기를 이제는 안 한다.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그만큼 얘가 나이를 먹어서, 이제 귀엽고 뭘 해도 튼튼한 갱얼쥐에서 슬슬 몸 조심해야 할 나이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

본 주인이 '흰 턱수염이 난다'고 했는데 진짜였다... 기분 탓인지 꼬리 언저리 털들도 좀 새치가 섞여보였다.

나도 고1 때부터 드문드문 나던 새치가 이 나이에 접어들면서는 엄청나게 나 있다. 새치가 난다고 해서 몸이 늙고 쇠약해졌다는 건 아닌 것 같다. 고등학생일 때는 운동은 하나도 안하는 집 지박령이라서 온몸이 물렁물렁한채로 몸에 나쁜 것들만 먹었다. 지금은 운동도 하고 식단도 나름 노력하니까.. 액상과당 당류를 거의 끊은 게 용하다. 비싼 갑각류 해산물도 맛있지만 소화가 안된다는 거 알고 안 먹는다. 근육량은 지금이 제일 많은 것 같고 손발도 따뜻하니 혈액순환도 잘 되고 운동 능력도 지금이 더 좋다.

새치가 이렇게 나기 전에는 근자감과 오만함, 순진함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게 늘 보통 상태였던 것 같다. 에너지가 더 넘쳤던 건 맞는데 감정과잉이었던 것도 같다.

개가 넘치는 에너지로 모든 걸 부수면서 치뛰락 내리뛰락 할 때에는 나이들면서 개도 철든다는데 빨리 철들라고도 했는데.

확실히 이제 노약자와 산책할 때는 힐끗힐끗 보면서 아주 천천히 걸어주고, 이제 내 손도 안 물고 아프다는 거 다 알아주니까 철 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개가 나이드는 건 무섭고 슬프기도 하다.

개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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