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가 보고 싶다. 개가 보고 싶어질 때는 개 사진을 본다. 다음주에 보러갈 때 시간 아깝지 않도록 좀 열심히 살아보자. 나는 그대로인데. 뭔가가 닳아 없어진 것 같다. 파도 물살에 쓸려 닳은 해안가 자갈처럼 오래 입어 빨고 말리는 동안 물로 햇볕으로 세월로 해지고 빛바랜 천처럼. 지친다는 느낌인가 아니면 늙는 느낌인가. 답은 늘 그렇듯이 둘 다, 이다. 하지만 우리 개는 그냥 건강하게 있는 것만으로 늘 더 눈부시고 늘 더 새롭다. 에너지가 뿜어져나온다. 아기 땐 작은데 왕발이고 짖지도 않고 뽈뽈 돌아다녀서 귀여웠고 지금은 큰데 발도 여전히 크고 짖지도 않는데 가끔 소동물보고 천둥처럼 짖고 산책하려면 사람이 먼저 지친다. 내가 싫고 없어지고 싶을 때는 있는 힘껏 같이 뛰어주고 전완근을 앙앙 씹는 맛이 있는..

입추가 지나서 이제 밤 기온이 시원하다. 낮에도 바람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시원하다. 단 햇볕이 여전히 세서 아침에도 눈부시다. 그 햇볕이 오후 내내 집으로 들어와서 실내가 바깥보다 오히려 더 덥다. 6시 넘으니 어김없이 맑은 하늘에 투둑투둑 좀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가 말끔히 갠다. 오늘은 저녁 노을이 구름에 온통 가려서 안보였다. 뜬금없이 개가 보고 싶다. 개가 있는 곳은 저녁 소낙비가 안 온다고 한다. 비를 싫어하고 물줄기 무서워하는 커피 녀석한텐 좋은 일일까. 단모종이지만 근육찌고 털찐 아이라 여름을 견디는 게 대견하다.

미세먼지 황사 콤보 시골이라 집 앞에서 계속 마스크 없이 있어서 그런지 목 안쪽이 따끔거리고 바람 계속 세게 불어서 콧물나온다. 그래도 집 앞 우리 개가 너무 귀여웠는걸. 귀여워서 가끔은 안아들고 집 안에도 데려가고 싶다. 엄청 크고 엄청 무겁고 안아주는 거 완전 싫어해서 조금- 참아주다가 발버둥쳐서 빠져나오는 개. 다른 집 개들은 안심하고 품에 안겨서 자는 거 거대 인형같고 귀엽던데, 우리 개는 발랄 적극적이라 그런지 아직 젊어서 그런지 가만 있지를 못하고 늘 과격하고 묵직하게 몸무게를 실어서 밀거나 부빈다. 그게 귀엽다. 체온이 따끈따끈하고 기름 올라온 털도 귀엽다. 앞발로 팍팍 내 몸통에 뛰어오를 때는 좀 아프다. 손목을 개껌처럼 씹을 땐 좀 무섭다. 집 안팎 드나들 때마다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