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가 온 걸 제일 먼저 발견한 개) 개가 보고 싶다. 실컷 돌아주고 열 오른 따끈하고 부들부들 귀 만져주고 싶다. 원래는 얘가 한창 이갈이 할 때 주인이 집에 없고 나 혼자 밥주고 산책시키고 놀아줘서 내 신발끈과 바짓단, 손을 집중 공격하면서 이갈이를 해댔다. 문젠 이게 나 한정으로 나만 만나면 내 앞에 드러누워서 내 손가락을 물어뜯는 버릇으로 남았단 거다. 다른 사람 손은 아무도 안 무는데 내가 만져주기만 하면 갱얼쥐 시절로 돌아가서 어리광 피우다가 드러누워서 꼭 손가락을 문다. 금으로 된 실반지가 앙앙 무는 맛이 좋은지 많이 변형됐다. 개주인이 나보고 실반지 변형된 게 흉하다고 하시길래 '댁네 개가 그랬소이다' 해드렸더니 엄청 당황하셨다. 반지는 입으로 하나 뽑아간 적이 있었는데 식탐러가 먹은 줄..

상주 개 보기를 하게 됐다. 요리봐도 조리봐도 귀엽게 생긴 귀염생이랑 같이 노는 건 즐겁지만 힘들다. 최근 개통령 강형욱 님이 산책만 주구장창시키는 것보다 보호자와 함께 터그놀이 등을 하면서 몸으로 같이 놀아주는 게 좋다는 영상을 봤다. 아...그동안 개 데리고 산길 걷기만 주구장창하고 돌아와서는 터그놀이 등 놀아주기보다는 이쁘다고 만져주기만 하고 씻기고 닦고 끝이었는데. 물론 그게 나쁘단 건 아니지만 친구로 치면 놀지도 않고 밥만 먹고 냉정하게 헤어지는 친구 사이였던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는 적당히 산책시키고 쉬도 큰 것도 다 배출하고 나면 열심히 같이 놀아줬다. 개가 키가 작아서 놀아주면 허리가 아프다. 대체 소형견 키우시는 분들은 어떻게 놀아주는 걸까. 너무 작아서 서서 놀아줄 필요가 없..

개가 보고싶다. 똥 치우고 밥 물 주고 간식 주면서 한 바퀴 돌아주고. 그리고 그 표정이, 사람을 좋아해주는 고마운 표정. 할 거 다 하고 적당히 몸에 열 올라 있을 때 만지면 뜨끈따뜻한 머리. 우리 개는 머리도 완전 커서 귀엽다. 머리에 어떻게 뽀뽀를 해도 남는 곳이다. 강형욱 님이 개들 사이에선 머리가 길고 몸이 근육질이고 균형 잘 잡혀있으면 미남미녀랬는데 우리 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미녀다. 개랑 놀아주고 뒤돌아서 가면 내가 없어질 때까지 이쪽을 보고 있는 그 모습.

얼마 전 횡단보도 건너다가 어이없는 일을 목격했다. 한 손에는 자동목줄,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건너는 반대방향을 보면서 통화 중이던 분. 나와 다른 사람들이 건너오자 그제서야 황급히 길을 건넌다. 여전히 한 손엔 폰, 한 손엔 소형견을 데리고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총 몸길이가 40cm도 안되어 보였던 강아지는 주인이 통화하는 동안 길에서 자유롭게 냄새를 맡으며 횡단보도와 상관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던 거다. 주인은 뛰기 시작하면서 이 개가 어디에 있는 지 전혀 뒤돌아보지 않았다. 소리내 부르지도 않았고 목줄도 자동목줄이라 아주 길게 늘어져 있어서 주인이 급하게 뛰기 시작할 때 당장은 개에게 아무런 신호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작은 게... 주인이 뛰기 시작한 힘에 난데없이 휙- 낚아채지고, 그러..

처음에는 작고 귀여웠다. 짖지도 않고 아무 소리도 안 내는 게 대견했고 몸집에 비해 발이 두툼하고 커서 신기했다. 사랑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쓰다듬어서 귀여움을 느끼는 게 거의 다였다. 지금은 내가 만져서 좋은 것보다는 이 녀석이 행복한 게 먼저다. 밥 다 먹으면 바로 리드줄 하고 시원하게 볼일 보게 해주려고 얼른 나가고. 내가 만질 때 발톱이나 이빨에 안 다치면서 오래 만지려고 개껌을 줬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 간식과 수제 간식을 만들어 주면서 이 녀석이 다양하게 맛보면서 기뻐하는(매우 정직하게 즉각적으로 표정으로 드러나는 먹트리버계의 대표다) 걸 보고 싶어서 간식을 준다. 개랑 뛰면서 재밌게 노는 것보다는 차, 이웃들에게 맞춰서 조금이라도 더 예의바르고 배려하는 습관이 들도록 산책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