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는 이렇게 귀여운 걸까. 사실 강아지 때는 객관적으로 귀여웠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정이 붙지 않았다. 뭐든 물어뜯는 개춘기 청소년 시절을 거쳐 어른 되고 나니까 지지고 볶고 물리고 할퀴고 넘어지고 뛰면서 쌓은 시간이 생겨서 콩깍지가 제대로 낀 것 같다. 어이없는 건 이게 날 지키려고 나서는 거. 개코만한 게.. 코도 귀엽고. (+사실 개코만 하진 않다. 두 발로 날 짚으면 휘청할 정도 키. 래브라도 평균에 비해 조금 작지만 가끔 주머니에 넣어보고 싶어서.. 들어보려고 시도하면 전완근이 덜덜덜 떨리고 손목과 허리가 위험하다. 개도 내가 안아 올리면 무서워하고 싫어한닼ㅋㅋㅋ) 손바닥 펴서 개 키높이로 들고 있으면 자기가 머리부터 등 꼬리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쓰다듬어지도록 하는 거 제일 귀엽다!
개가 보고싶다. 똥 치우고 밥 물 주고 간식 주면서 한 바퀴 돌아주고. 그리고 그 표정이, 사람을 좋아해주는 고마운 표정. 할 거 다 하고 적당히 몸에 열 올라 있을 때 만지면 뜨끈따뜻한 머리. 우리 개는 머리도 완전 커서 귀엽다. 머리에 어떻게 뽀뽀를 해도 남는 곳이다. 강형욱 님이 개들 사이에선 머리가 길고 몸이 근육질이고 균형 잘 잡혀있으면 미남미녀랬는데 우리 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미녀다. 개랑 놀아주고 뒤돌아서 가면 내가 없어질 때까지 이쪽을 보고 있는 그 모습.
미세먼지 황사 콤보 시골이라 집 앞에서 계속 마스크 없이 있어서 그런지 목 안쪽이 따끔거리고 바람 계속 세게 불어서 콧물나온다. 그래도 집 앞 우리 개가 너무 귀여웠는걸. 귀여워서 가끔은 안아들고 집 안에도 데려가고 싶다. 엄청 크고 엄청 무겁고 안아주는 거 완전 싫어해서 조금- 참아주다가 발버둥쳐서 빠져나오는 개. 다른 집 개들은 안심하고 품에 안겨서 자는 거 거대 인형같고 귀엽던데, 우리 개는 발랄 적극적이라 그런지 아직 젊어서 그런지 가만 있지를 못하고 늘 과격하고 묵직하게 몸무게를 실어서 밀거나 부빈다. 그게 귀엽다. 체온이 따끈따끈하고 기름 올라온 털도 귀엽다. 앞발로 팍팍 내 몸통에 뛰어오를 때는 좀 아프다. 손목을 개껌처럼 씹을 땐 좀 무섭다. 집 안팎 드나들 때마다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