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직후. 완전히 개진 않아서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고 바닥은 촉촉하고 공기는 적당히 습한데 시원하게 바람이 살살 불어서 좋다. 식물들 살판났다. 이 무궁화는 덥고 가물 때는 꽃이 쭈글쭈글 폈는데 오늘은 아주 촉촉 쌩쌩 완전 예쁘다. 실내는 바람이 아예 안 통한다. 창문도 없는 방에 에어컨 제습, 공기청정을 1시간 제한으로 켜놓고 문을 닫아놨더니 방 안 온도가 2도 떨어져거 29도가 됐다. 인간이 들어가서 숨쉬고 활동하면 금새 다시 습해지고 더워진다. 선풍기는 주로 더워지면 인간을 향해서 켜는데 에어컨 제습 기능은 여름철엔 인간을 일단 없애고 켜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어차피 다시 들어갈 거긴 하지만.. 어제는 방을 청소했다. 코시국을 겪으면서 소독용 에탄올 유용하다는 거 깨달았다. 방 구석 모서리에 ..
에어컨... 급하게 켜야할 때가 왔다. 나는 에어컨 없는 거에 익숙하고 아직 켤 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오랜만에 집에 온 가족은 덥다고 잠 못자서.에에 사실 올 봄에 추위 물러갈 때 이미 곳곳 에어컨 뜯어서 날개랑 필터에 낀 곰팡이, 먼지 청소해뒀다. 그런데 리모컨으로 아무리 눌러도 안 켜지는 거다. 리모컨 배터리 잔량도 가득이고 배터리 뺐다가 다시 넣어봐도 안되고 리모컨 여분 들고 눌러도 안되고. 안드로이드 폰 카메라 앱 켜서 리모턴 끝부분 램프를 비추면서 전원 버튼 눌러보면, 누를 때마다 빨간 불이 들어오면 정상 작동이라는데 빨간불 잘 들어오고. 뭐가 문젤까. 청소하고 꽉 안 닫혔나 싶어서 오밤중에 천장형 에어컨까지 발 딛고 올라가서 꾹꾹 눌러봐도 잘 닫아놨는데. 다른 분들이 올린 블로그 글 보다가 ..
어제 헌혈하고 왔다. 그리고 힘들어서 일찍 잤다. 오렌지주스 너무 마시고 싶었는데 헌혈 후 버스 환승 안돼서 걸어서 30분 집으로 오고, 씻고 물만 마시고 옷 환불하러 다녀오고, 요리해서 밥먹고, 주방일 좀 했더니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걍 비타민을 들이붓고 물 많이 마시고 주스 마신 셈 쳤다. 비타민을 사놔서 다행이네. (트와이스 고마워) 오늘은 그래서 일찍 일어나서 의미없이 보내다가 비 오는 거 확인하고서라도 아침 산책 다녀왔다. 풀 나무 잎 돋는 거 보면서 걸으면 정신건강 정화된다. 오히려 벚꽃같은 건 보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이질적인데 잎이 돋아서 크는 거 보면 기분 좋다. 똑같이 밟아도 꽃보다는 잘 마른 나뭇잎 밟는 게 훨씬 기분 좋다. 꽃은 밟으면 촉촉해서 으스러지면서 흉해져서 슬프다..
입추가 지나서 이제 밤 기온이 시원하다. 낮에도 바람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시원하다. 단 햇볕이 여전히 세서 아침에도 눈부시다. 그 햇볕이 오후 내내 집으로 들어와서 실내가 바깥보다 오히려 더 덥다. 6시 넘으니 어김없이 맑은 하늘에 투둑투둑 좀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가 말끔히 갠다. 오늘은 저녁 노을이 구름에 온통 가려서 안보였다. 뜬금없이 개가 보고 싶다. 개가 있는 곳은 저녁 소낙비가 안 온다고 한다. 비를 싫어하고 물줄기 무서워하는 커피 녀석한텐 좋은 일일까. 단모종이지만 근육찌고 털찐 아이라 여름을 견디는 게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