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2

여름 출시 제품이 아닌 가을 신상을 생일 빌미로 사고 싶은데, 막상 가을 되면 그레이시 계열의 우아하고 분위기 있는 색조들이 우수수 나온다.

모델에 연출해서, 구독하던 뷰튜버가 예쁘게 메이크업해서, 남들이 사서 좋다고 호평 남겨서 등등 이유로 보다보면 가을가을한 색조가 사고 싶어지지만, 눈 다크서클이 코 쉐딩 라인부터 눈 아래까지 진한 색으로 있고 입술도 좀 회색 돌거나 상태 나쁘면 보라색이라서  그레이시 쪽은 도저히 소화할 재간이 없다.

그나마 지난 생일 때 산 3ce 블러워터 틴트 얼리아워는 괜찮았다. 다른 쨍한 틴트 바르던대로 콕 찍어서 얇게 블렌딩했더니 웜하게 불그스름해져서 당황했지만. 제대로 두텁게 블렌딩하고 2번까지 쌓으면 딥한 색이 된다. 브라이트한 다른 립스틱 위에 올리면 차분해지고 더 붉어지고, 잘 못 쓰던 고채도 저명도 틴트 위에 올리면 엄청 톤그로로 립만 튀어나오게 부각되지만 어두운 겨울 상의와 같이 입으면 나름 조화된다.

당시로서도 헤라에서 예전에 출시된 루즈홀릭 매트 립스틱도 같이 샀었는데, 그 델리커시? 색상은 적당하게 미지근하고 중명도 정도는 되고 채도도 라이트하게부터 다소 쨍하다 싶을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서 예뻤다. 쿨립 안 어울리는 가을뮽에게 발라봐도, 너무 쨍하면 덜 어울리는 여름뮽에게 발라봐도 적당히 블렌딩만 잘 하면 각각 다른 색상처럼 보이면서 어울려서 신기했다. 립스틱이기도 해서 아껴쓰는 중. 얼리아워는 액체류라서 눈물을 머금고 일부러라도 겨우내 팍팍 바르고 솔도 닦아줬다. 지금은 거의 다 써서 즐겁게 공병후기 올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




그렇다고 지금 봄 신상 나왔던 애들이 아주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살 만한 구실이 없다.

오히려 지금은 또 봄 신상 중에 좀 미지근하게 핑크기 돌면서 고-중명도로 탁기 없는 색조들은 너무 예뻐 보인다.

퍼컬 계절론과 상관없이 언제 어느 때든 무작위 여러 색조 계열이 개성있는 콘셉트로 나와 줬음 좋겠다. 근데 그러면 또 잘 안 팔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