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을 무사히 끝내고 왔습니다. 교직원 분들 접종하실 때 1차 접종을 잔여로 맞았을 때는 병원 대기실에 사람들이 일반환자 위주였거든요. 지금 18세 이상 백신 맞는 게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예 문진표 작성 테이블도 따로 있고 접종 맞으러 오신 분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오전 9시인데도 간절기 환자들까지 합쳐서 거리두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습니다. 1차 때와는 달리 아침에 일어나서 물 많이 마시고 식사도 채소 위주 담백한 한식으로 든든하게 하고 나갔어요. 1차 때는 늦을까봐 우유 1잔 마시고 공복 상태로 나갔고요. 알고보니 우유는 백신 흡수를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마시지 말아야 하고, 접종 전엔 공복이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1차 때는 겁먹어서 이온 음료 잔뜩 사서 마셨는데 오히려 혈전이 안 생기게..
무료수강 전화영어를 해봤다. 이게 뭐라고 엄청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준비한 말은 하나도 못했다. 대신 친구랑 수다떤 느낌이었다. 외로움에 제법 쩌들어있었구나 싶었다. 솔직히 원래 성격이라면 이런 건 신청도 안했을텐데. 나이먹을수록 사람이 소중해져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적절하게 예의만 지키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하는 것도 반갑고 즐거울 수 있는 것 같다. 호주 처음 갔을 때 묵었던 백패커스에서 네덜란드 애가 혼자 여행하면 무섭고 외롭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별 생각없었고 원래 혼자 다녔던 인생인지라 '혼자 다녀서 새롭게 너같은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애는 호주 생활 내내 먼 도시에서도 비행기타고 와서 만날 정도로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줬다. 늘 성격을 좀 고치고 싶고 내 성격과 닮은 것은 ..
개가 보고 싶다. 개가 보고 싶어질 때는 개 사진을 본다. 다음주에 보러갈 때 시간 아깝지 않도록 좀 열심히 살아보자. 나는 그대로인데. 뭔가가 닳아 없어진 것 같다. 파도 물살에 쓸려 닳은 해안가 자갈처럼 오래 입어 빨고 말리는 동안 물로 햇볕으로 세월로 해지고 빛바랜 천처럼. 지친다는 느낌인가 아니면 늙는 느낌인가. 답은 늘 그렇듯이 둘 다, 이다. 하지만 우리 개는 그냥 건강하게 있는 것만으로 늘 더 눈부시고 늘 더 새롭다. 에너지가 뿜어져나온다. 아기 땐 작은데 왕발이고 짖지도 않고 뽈뽈 돌아다녀서 귀여웠고 지금은 큰데 발도 여전히 크고 짖지도 않는데 가끔 소동물보고 천둥처럼 짖고 산책하려면 사람이 먼저 지친다. 내가 싫고 없어지고 싶을 때는 있는 힘껏 같이 뛰어주고 전완근을 앙앙 씹는 맛이 있는..
입추가 지나서 이제 밤 기온이 시원하다. 낮에도 바람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시원하다. 단 햇볕이 여전히 세서 아침에도 눈부시다. 그 햇볕이 오후 내내 집으로 들어와서 실내가 바깥보다 오히려 더 덥다. 6시 넘으니 어김없이 맑은 하늘에 투둑투둑 좀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가 말끔히 갠다. 오늘은 저녁 노을이 구름에 온통 가려서 안보였다. 뜬금없이 개가 보고 싶다. 개가 있는 곳은 저녁 소낙비가 안 온다고 한다. 비를 싫어하고 물줄기 무서워하는 커피 녀석한텐 좋은 일일까. 단모종이지만 근육찌고 털찐 아이라 여름을 견디는 게 대견하다.